WWDC2019, "우리 음악이나 같이 들을까요?"

2019. 6. 10. 13:33IT

 

 

WWDC, World Wide Develpers Conference

애플의 세계 개발자 회의로 매년 6월 무렵 열린다.

 

 

 

 

 


 

 

 

 

 

올해도 어김없이 5월 어느 무렵 초청장이 발송됐다. 우리의 성대한 회의에 개발자 당신을 초청하겠다고. WWDC는 으레 참가하는 개발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키노트를 보기위함이다.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공개되는 자리. 대개 iOS와 MacOS, 언제부터는 WatchOS와 tvOS까지 공개되는 자리. 사이드메뉴로 신제품을 공개할 때가 있어서 그게 무엇이려나 기대하는 맛도 있다. 직접 참가하게 된다면 수많은 애플직원들이 제공하는 세션에 며칠간 참여하면서 개발하며 궁금했던 부분을 배우고 해결할 수 있는 천국이 열리게 되는데, 참가비는 쏠쏠해서 1599달러 되시겠다. 프레스나 개발자가 아니라면 쉬이 지불할 수 없는 가격이다. 다만 언젠간 꼭 참가하고 말겠다며 매해 주먹을 불끈 쥐어볼 뿐이다.

 

 

 

 

 

 

지난 WWDC2018에서 공개된 iOS12는 애플이 공언하건데 안정화에 방점을 두고 있었다. 눈에 띄는 신기능은 없었지만 눈에 띄게 소프트웨어가 차분해진 느낌을 받을 수 있었던 시간. 그랬기 때문에 이번 키노트와 새로운 소프트웨어는 더욱 기대될 수밖에 없었다. 무슨 새로운 것들이 추가되었을까!

*먼저 이 글은 이번 키노트에서 공개된 기능들을 소개하는 자리라기보단, 애플의 방향성을 짚어보고 그 감상을 공유하기 위한 데에 있다. 모든 것을 요약 정리할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러기에 이번 키노트의 양은 3부작으로 나누어 포스팅해도 모자랄 것만 같았고 그런 포스팅은 이미 사방천지에 널려있기 때문에 굵직한 것들 위주로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누어보고싶다. 그정도로 이번 키노트는 알차디 알찼다.

 

 

 

 

 

 

애플의 키노트는 날이 갈 수록 잔망스러워진다. "Nailed it!"이라니! 번역할만한 마땅한 말을 찾아보지만 번역하기 어려운 이 단어의 뉘앙스. 아무튼 이 'Nailed it!'은 이번 키노트를 딱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키노트의 분위기. 자조와 해학. 그렇지만 그것들을 모두 '해냈다!'

 

 

 

 

 

 

tvOS와  Watch OS를 소개하는 것으로 이번 키노트는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양쪽 모두 독립성과 자율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tvOS는 기존에 공개한 애플뮤직과 애플 아케이드를 품에 안았고 더불어 플레이스테이션과 Xbox컨트롤러를 지원하면서 그 영향력을 넓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WatchOS는 이번 시리즈4 모델을 시작으로 완벽한 셀룰러를 지원했던 게 복선이었을까. 앱스토어로부터 완전히 독립되었다. 거기에 자체 가동 어플인 음성메모와 계산기 등을 추가하면서 애플와치 단독으로서의 존재감을 높여주는 업데이트를 예고했다.

 

 

 

 

 

 

간단하게 앞선 두 소프트웨어를 정리하고 iOS13부터 이야기 해보고 싶다. 뒤에 보이는 저 깨알 같은 모든 기능들이다. 이모티콘과 언어전환 키가 분리되었다든지 베트남-영어 쌍방 사전이 추가되었다던지, QR코드 스캐닝이 더 수월해지고 사진을 공유할 때 위치정보를 조절할 수 있다. 시리는 더 자연스러워졌고(영어 한정) 에어팟을 통해 간단한 문자나 인스턴트 메시지의 수신과 답신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여러분이 궁금한 건 이게 아닐거다. 사소한 것들은 잠시 뒤로해두고,

 

 

 

 

 

 

간단히 몇가지는 짚고 넘어가보자. 먼저 다양한 기능들을 추가함에 앞서 전작에 이어 안정성을 다지기를 멈추지 않았다. 소프트웨어의 기저를 다시 짜맞추었다. 덕분에 FaceID의 인식속도는 30% 향상되었으며, 앱 용량은 최대 50% 감소했다. 처음에 어플리케이션의 용량을 어떻게 줄일 수 있는 거지 궁금했으나 포장을 하면서 질소를 빼버린 거다. 타 기기를 위한, 다시말해 다운받는 기기에 필요하지 않은 불필요한 요소들은 덜어내고 다운을 받는 등의 방법으로 용량을 확 줄였다.

 

 

 

 

 

 

 

다크모드. 소문이 무성했고 유저들이 바라기도 가장 바랐던, 이런저런 컨셉이미지도 많이 돌아다녔던 기능. 사실 왜 이제야 넣어줬나 싶을 정도로 야속하지만 그래도 섹시하다. 사실 이번 키노트를 보면서 볼거리가 많고 재미있기도 엄청 재미있었지만 보는 내내 추가되는 기능들에 '이제야' 싶은 것들이 많았다. 그러니까 키노트를 보는 사람들이 내지른 탄성의 의미중 8할은 "와! 이건 대체 무슨 기능이야. 신기하다!"가 아닌 "와! 드디어! 드디어 애플이 이 기능을 넣어줬어!" 하는 듯한 느낌을 계속해서 받았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애플 입장에서도 이제는 넣을 수밖에 없었을 거다. 아이폰X을 기점으로 애플의 기기들이 OLED를 채택하기 시작하면서 아무리 소프트웨어로 술수를 쓰고 하드웨어가 발전했대도 현재로서 번인을 피할 길은 없다. OLED는 분명히 비영구적 조명이니까. 한시라도 더, 한 개라도 더 LED소자를 꺼둬야한다.

 

 

 

 

 

 

어쩌면 내가 가장 바라던 기능! 에어팟을 통한 오디오 셰어링도 이번 업데이트에 포함된다. 삼성 스마트폰에는 이미 '그룹플레이'라는 기능으로 갤럭시S3 때부터 포함되어있었던 기능이다(실제로 사용하는 사람을 본 적은 없지만). 요즘 거리를 돌아다니다보면 무선 콩나물을 끼고있는 사람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이제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다면 살며시 내 음악을 들이 밀어보자 "우리 음악이나 같이 들을까요?"

 

 

 

 

 

 

사진에 관한 업데이트 이번 업데이트의 하이라이트이다. 또 한 번 드디어 동영상 조절이 가능해졌다. 가로로 찍힌 동영상을 세로로 돌린다든지 틸팅 등이 가능해졌다. 나는 항상 VSCO(후에 별개의 포스팅으로 꼭 다룰예정인데, 강력추천합니다!)라는 어플을 통해 사진의 채도와 명도 밝기 비네트 등을 조절하곤 했다. 그러나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기본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 -밝기, 하이라이트, 그림자, 대조, 채도, 선명도, 화이트 밸런스, 노출, 노이즈 감소, 비네트-의 조절이 가능해 졌다. VSCO는 필터의 이유도 있지만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은 저런 기초적 레이어의 조작이었는데 앱으로 추출하여 편집해야하는 번거로움을 많이 덜 수 있을 것 같다. 또 기존에 있던 사진을 정리해주던 알고리즘은 더욱 개선되어 이벤트, 시기, 혹은 사물의 종류에 따라 더 정교하고 정확하게 분류된다. 따라서 원하는 사진을 더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도 역시 한층 성숙해졌다. 더 구체적이고 자연스러우며 정확한 정보를 제공함과 동시에, Look Around 기능을 넣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이 제공하는 '로드뷰' 기능이다. 물론 한국에는 먼 훗날에나 제공될 예정이다.

 

 

 

 

 

 

이것을 설명하기 전에 먼저 페이스북이라든지 구글에 작별인사를 고하고 싶다. 나는 앞으로 'Sign in with Apple'만 쓸 거 거든. 최근 SNS나 커뮤니케이션 미디어에선 보안과 사생활침해가 강력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런저런 업체의 개인정보 유출사건은 개인에게 깨나 공포를 가져다 주었다. 여러 기업들은 대책을 강구하여 소비자를 설득하고 있는데, 애플은 그 선봉에 서 있었다. 어떤 기능이 사생활이나 개인정보를 포함한다면 "애플 서버로 전송되지 않고 기기 자체에서 처리한다."는 말을 항상 사족으로 붙이는 게 거추장스럽다기보단 되려 안심이 되었다. 이번 'Sign in with Apple'은 감히 그 끝장판이라 말해본다. 우리는 흔히 게임 혹은 서비스에 가입할 때 과정이 귀찮아서 페이스북 혹은 구글 계정 등을 활용하여 가입하곤 한다. 그 때마다 내 계정과 개인정보가 마케팅에 활용되어 널리널리 퍼질거라는 불안 혹은 변태같은 기대는 언제나 함께했다. 그러나 애플은 이 판도를 깨고자 한다.

 

 

 

 

 

 

애플 계정으로 로그인 할때 우리는 이메일 주소를 선택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된다는 발표. 'Hide my email' 이라는 옵션을 선택한다면 애플은 순식간에 암호화된 랜덤 계정을 생성하여(개인임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만) 앱에 제공하게 되고 심지어 "We give each App a random adress!" 다시 말해, 각각의 앱에 모두 다른 랜덤 이메일을 제공하여 사용자의 개인 정보 보호에 철저하겠다는 것이다.

 

 

 

 

 

 

가장 변화무쌍하게 느껴지는 것iPadOS이지 않을까 싶다. 이제 iOS는 두가지로 나뉘었다. 아이폰을 위한 OS인 iOS 아이패드를 위한 OS인 iPadOS. 사실 그동안 아이패드의 화면크기(최대크기인 12.9인치는 무려 맥북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를 소프트웨어가 잘 못살리고 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홈화면에서 위젯을 함께 띄우고 스플릿뷰에서는 같은 앱을 사용할 수 있으며, 기존 제스처에 세손가락을 이용한 핀치줌,아웃-스와이프의 동작이 더해져 보다 간편하게 복사/붙여넣기 혹은 되돌리기 등이 가능해졌다. 더욱이 이제는 애플이 자체제공하는 것이 아닌 개발자가 등록한 폰트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 등을 볼 때 큰 화면을 활용한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을 옅볼 수 있었다. 한편, 아이폰에서는 폰트사용이 불가능 한건가 하는 의구심이 남아있긴 하지만 본격적으로 iOS13과 iPadOS가 출시되어봐야 알 것 같다.

 

더 자세한 OS의 변화가 궁금하다면 아래쪽 링크를 참고해주시길 :-)

https://www.apple.com/ios/ios-13-preview/features/

 

iOS 13 Preview - Features

The latest features and enhancements, app updates, and more in iOS 13 for iPhone.

www.apple.com

 

 

 

 

 

 

이런 소프트웨어 뿐만이 아니라 여태껏 본 적 없는 강력한 성능의 Mac Pro도 출시했다. 이 맥프로에서 오케스트라 레이어를 1000개 쌓았을 때 터져나왔던 박수갈채는 대단했다. 뿐만 아니라 애플 자체 컴퓨팅 언어인 Swift는 Swift UI를 보다 쉽게 매만질 수 있는 툴을 제공하여 또다른 혁신을 보여주기도했다.

 

 

 

 

 

 

장장 2시간 20분에 달한 이번 애플의 키노트는 역대 최장으로 꼽히지 않을까 싶다. 요약한다고 한 게 이정도이다. 설명이 늘어진 것도 아니다. 그저 소개할 내용이 많았을 뿐. 꽉꽉 채워진 키노트는 위트와 놀라움이 끊임없었기에 재미있었다. 물론 앞서 언급한 것처럼 뒤늦게 도입된 기능들에 대한 당연함의 놀라움(?) 역시 포함되어 있겠지만. 아무튼 여타 IT기업의 컨퍼런스를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회사와 그 직원들의 성과 알리기 느낌이 강하게 들는 데에 반해 애플의 키노트는 개발자 그리고 사용자와 함께 숨을 쉬고 존재하며 심지어 놀기도 한다. 물론 애플 역시 기업이기 때문에 이익을 추구하겠지. 이번 맥프로와 함께 공개된 6K 모니터의 '스탠드'의 가격이 999달러인것만 보아도 대체 마진을 얼마나 남겨먹겠다는 건지 어처구니가 없을 때도 있지만 화를 낼 수 없는 건 이렇듯 감성을 움직일 수 있는 이들의 능력에 있다. 

 

이번 키노트가 시작하면서 처음 나온 영상은 개발자들의 고된 밤과 새벽을 비추어 보였다. 모두가 잘 때 어느 코드가 틀렸는지, 혹은 실패한 이유는 무언지 답도 없는 모니터를 하염없이 쳐다봐야만하는 그들의 시간. 그러나 그것이 성공했을 때 애플은 당신들의 성공을 너무도 간결한 한 문장으로 축하해준다.

 

 

"While the world sleeps, you dream"

 

 

리드미컬한 음악을 깔아주며 애플을 개발자들에게 안녕 인사했다. 이제 당신의 세상에서 우리가 쥐어준 장난감으로 잘 들 놀아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