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의 급부상이 기쁜 이유

2022. 9. 26. 00:43IT

최근에 회사 건물에서 화장실을 가다가 대문짝만하게 걸린 포스터 하나를 유심히 보게됐다.

입주기업 남해 워케이션 지원

 

워케이션이란 일(Work)과 휴가(Vacation)을 합친 말로 휴가지에서 쉬면서 일도 하는 문화를 말한다. 쉬러가서까지 일하라는 말이냐! 하기보단 일을 하는데 앞에 바다를 볼 수 있다는 쪽으로 생각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프론트원 자체가 스타트업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건물이다보니 내가 디캠프(프론트원 관리주체) 담당자였어도 이런 사업을 펴보고 싶었을 것 같다. 우리가 사업이 안정기였다면 적극적으로 건의해봤을 수도 있겠지만 당장 나는 학교도 다니고 있고 다들 각자의 사정이 있다보니 지금 남해를 가서 일한다는 건 우리 팀에는 무리다. 아무튼 코로나가 남긴 몇가지 선물(이라기엔 잔인하지만)중 하나가 리모트 근무는 확실하다는 생각을하며 마저 이닦으러 갔다.

최근 토스의 행보 한 발 한 발이 눈에 띄어 이제 무슨 사업을 진행하려나,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려나 하는 마음으로(절대 딴맘있어서가 아닙니다 대표님) 대규모 공채 사이트에 들어갔다. 역시나의 유려한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에 늘 그렇듯 감탄 한 번 해주고선 나머지를 쭉 읽어나가던 중 이전에 보지못했던 남해 워케이션 지원이라는 직원 복지제도가 눈에 띄었다. 아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대체 남해에 무슨일이 있는 건가 하고 당장 남해군청에 들어가봐도 큰 힌트를 찾을 수는 없었지만 구글에 워케이션하고 딱 치니 지그재그, 카카오 등의 기업도 남해를 포함한 여러 도시에서 워케이션을 시도하고 있는 흔적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얼마전에 EO에서도 양양에서 몇몇 스타트업 대표들을 모아두고 워케이션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것이 막연한 스타트업 낭만 부풀리기가 아니라 현재하는 트랜드였음을 꽤나 빠르게 또 꽤나 느리게도 알아차린 것이다. 물론 네이버와 카카오에 다니는 형누나들이 전면 리모트 근무로 집에서들 잘 근무하는 것을 보았으나 종종 본사에 소환되어야 하는 일이 있든지 그게 아니더라도 서울을 쉽게 떠날 수 없는 여러 제약 조건들이 약간은 아쉽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더 대담하고 더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길 바랬다. 한편으론 그럼에도 대담한 시도를 하는 몇몇 기업들의 행보가 대단하고 고마웠다.


최근 교환학생을 마치고 4년만의 대면강의를 들으러 상경하며 어지간히 툴툴거렸던 것이, 왜 우리나라는 대학들과 기업들이 다 서울에 몰려있어서 지역의 평화로움과 고유한 정체성을 즐기지 못할 뿐더러 갈수록 후퇴하도록 하는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대전과 세종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이 곳에도 청년들이 충분히 숨쉴만한 기업과 일자리가 있어서 나즈막히 흐르는 금강을 보며 저녁 산책을 마음껏 할 수 있었으면 참 좋아겠다 하는 것이나, 종종 동해에 한적한 마을에서 조용히 살고 싶은 생각들을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스페인에서 보고 들었던 유럽사람들이 일을 대하는 태도와 나고 자란곳과 그지 멀지 않은 곳에서 대학을 다니고 유려한 직장을 다니는 모습들을 보면서 그런 것에 더 욕심이 났다.

그래서 이 워케이션이라는 단어의 등장과 트랜드화가 반갑다.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미래에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아서. 남해, 양양, 제주. 바다가 있다는 것은 어쩌면 서울과 그만큼 멀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쩌면 지역 경제가 활성화 되고 서울공화국이란 오명을 해결할 수 있는 먼 길의 초입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