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25. 19:22ㆍIT/PM
서론
목요일은 학교의 수업이 가장 많은 날이다.
원래였다면 학교에 일찍 도착해서 줌으로 팀원들과 스크럼을 진행하고선 수업에 들어갔어야겠다. 근데 오늘은 화목에 진행하는 형식언어와 오토마타라는 수업의 교수님께서 자꾸만 휴강하는 수업이 또 휴강을 하게되어(이래도 되나싶다) 오전 일정이 비었고, 팀원들 얼굴보는건 언제나 좋은 일이기에 슬슬 좋아하는 온도로 아침의 공기가 맞춰지는 것을 간만에 여유로이 느끼며 회사로 향했다.
커피머신에서 커피를 내려 창가에 걸터앉아 대표인 장영이와 프로덕트 얘기를 나눈다. 얘기를 나누다보면 시간은 훌쩍 지나고 또 탁상공론을 했나 싶어도 한발짝씩 딛어나가는 것이 분명하다. 슬슬 커뮤니케이션이 조화를 이루고 교통정리가 되어감을 느낀다.
최근 프로덕트 오너로서의 역할을 정의내리면서 습관적으로 내 역할을 명확히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예컨데 프로덕트 오너가 해야할 일이 아니지만 극초기 스타트업으로서 해야만하는 소위 '잡무'를 할때에도 이것이 프로덕트의 어떤부분을 어떻게 굴려가는데에 도움이 되고 있는지, 그렇게 해서 전체는 어떻게 나아가는지를 잊지 말아야하다는 점을 상기한다.
왜 백로그가 필요했는가
늘 데일리 스크럼을 장영이가 정리해두기 때문에 서로의 업무를 파악한다든지 하루하루 싱크를 맞추어가는 것에 큰 문제는 없지만 세부적으로 테스크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져야할 때, 중간 것 이하와 작은 것들의 충돌이 잦았고 햇갈리는 상태를 만들었다. 예컨데 예상치못한 오류가 발생하고 고객요청이 들어오거나 기획단에서 필요한 요구사항에 대한 구현이 필요할 때. 순식간에 교통은 마비된다. 무엇보다 그 경찰 노릇을 해야하는 내가 상황이 이해가 안가기 십상이다. 아무래도 PO의 역할이 가장 필요한 순간에.
더욱이 어려운 점은 팀원들의 질문이 근본을 향할때 이다. 하나의 버튼이 동작하는 완벽한 논리. 왜 이 카테고리가 이 카테고리보다 위로 배치되어야 하는가. A보다 B 일정이 우선해야하는 이유 등. 대체로 판단은 근거하에 이루어지지만 어떤 판단은 직관에 따르기도 한다. 내가 유저라면 이런 것을 좋아할 것 같다. 내가 유저라면 이렇게 동작되길 바랄 것 같다 하는. 물론 Hot jar나 구체적인 유저플로우를 추적하는 다양한 도구들을 통해 정확한 데이터로 근거를 추산하면 좋겠지만 아직 규모가 작은 프로덕트이다보니 한 유저의 예외적 행동들이 일반화를 어렵게 만들고 그러면 근거의 힘이 약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원들에게 합당한 이유를 설득시키기 위해서 그리고 그래야 한 스프린트 주기가 힘있게 나아갈 수 있기 때문에 백로그가 절실히 필요했다.
백로그란 무엇인가
어느 한 기능이 추가되거나 수정될 때 그 자체의 총제적 가치 안에는 비즈니스 밸류를 어느정도로 창출해낼 수 있는가(Business Value), 이걸 구현해낼 수 있는 것인가(Feasibility) 그리고 이것이 사용자 경험을 얼마나 향상시키는가(Usability)의 고려가 동시에 수반된다.
그러나 늘 그렇듯 스타트업의 자원은 굉장히 한정되어있다. 한 스프린트 안에서 이것이 구현 가능하기 위한 자원의 분배에는 우선순위가 반드시 필요하고 그 우선순위는 당연하게도 모두를 설득시킬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백로그란 제반한 근거를 기반으로 우선순위를 상정해두고 한 스프린트에 짜여진 계획이 올바른 순서대로 수행되어 유저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방법론적 도구를 의미한다. 따라서 단순히 팀이 해야될 일의 단순나열이 아니라 근거를 기반으로한 우선순위와 그것을 누가 담당하게 되는지, 왜 해야하는지를 개괄하고 있는 스크럼의 중요한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백로그에 대한 기대
백로그를 작성하는 데에 시간이 분명히 소요된다. 그러나 이게 불필요한 의사소통을 줄이면서도 팀원 모두가 더 가시적으로 더 명확하게 프로덕트가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지를 한눈에 보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나아가 나 또한 한 피처에 대해 명확하게 고민하고 불필요한 테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이고 프로덕트에 대한 뚜렷한 이해를 바탕으로 프로덕트에 더 도움되는 창의력을 발산할 수 있을 것이다.
마무리
여전히 어려운 점들 투성이이다. 부족한 것이많다. 그러나 이전에 내가 맡았던 큰 두 프로덕트와 다른 점이라면 이들은 끝까지 갈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발자취 때에는 친구의 인턴과 미국 유학으로 한창 앱스토어 2위를 달리던 프로덕트가 져버렸고, 더폼은 지분에 대한 이해관계와 내가 사랑하는 팀원들의 성장과 미래를 위해 덮어두기로 했다. 그러나 우리 팀은 설상 이 프로덕트가 무너지더라도 언제든 피보팅하고 새로운 것을 향해 달릴 수 있는 팀이라는 확신이 있다. 어쨋든 공식적으로 받은 투자가 뒤에서 약간씩 떠미는 압박감도 그 이유 중 하나일 수도 있다. 내가 한 발 더 유기적으로 이들을 엮을 수 있도록, 한발짝 더 프로덕트를 성장시킬 수 있도록, 그렇게 하다보면 나또한 확신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는 팀이다. 더 데이터 기반으로 더 창의적이게 더 가슴뛰게. 내가 성장해야할 방향이다. 나는 어떤 프로덕트 오너가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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